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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린 싱크대… 온통 형체없는 잿더미뿐
- '부산 오피스텔 화재' 38층 펜트하우스 올라가보니
CAIND

천장 구조물·전깃줄 너덜너덜 매캐한 냄새 숨쉬기 힘들 정도
"퍽 하고 불꽃 났다" 진술 확보… 경찰 '전기 결함 화재' 추정
오늘 국과수 참여 정밀 감식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우신골든스위트 동관 38층 펜트하우스. 지난 1일 화재 당시 가장 늦게까지, 그리고 제일 많이 불탄 곳이다. 화재로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비상계단을 통해 올라간 펜트하우스 앞 복도는 코와 목이 따가워 호흡을 하기 곤란할 정도였다. 입구 문은 불에 온통 그을렸고, 윗부분이 휘어져 있었다.

집 입구에서부터 회색 재가 수북이 쌓여 있어 걸을 때마다 푹신한 느낌이 들었다. 고열을 견디다 못해 터져 버린 유리창 너머로 해운대 백사장과 동백섬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집 안 천장에는 전깃줄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고, 거실로 추정되는 곳의 천장에서는 길이 1~2m 정도 되는 철제 구조물이 내려앉아 있었다.

주방의 싱크대는 녹아내렸고, 콘크리트 기둥과 철근들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창틀도 대부분 휘어지거나 심지어 끊어진 곳도 있었다. 바닥엔 도자기 조각 같은 것이 널려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물건의 잔해들이 대부분이었다.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계단 곳곳에서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재를 쓸어내고 바닥의 그을음을 손으로 닦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우신골든스위트 동관 38층 펜트하우스가 화재로 콘크리트 기둥과 철골만 앙상하게 남은 채 잿더미로 변한 모습. 깨진 창문 너머로 해운대 해수욕장(왼쪽)과 동백섬이 보인다. /권경훈 기자 werther@chosun.com
전기적 결함이 발화원인 추정

해운대경찰서 수사본부는 3일 "'전기 결함'이 화재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합동 정밀감식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앞서 "최초 발화지점인 4층 재활용품 집하장 안 환경미화원 탈의실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과 연기가 났다" "탈의실에 각종 전기배선이 꽂혀 있었다"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또 경찰·소방본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가진 재활용품 집하장 현장감식을 통해 선풍기 2대, 진공청소기 2대, 바닥청소기 등 전기제품 19점을 증거물로 수거해 정밀분석 중이다. 경찰은 4일 중 검찰과 소방본부, 국과수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 정밀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최초 발화 지점이 배관실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재활용품 집하장과 미화원 탈의실로 사용한 것에 대해 건축법과 안전관리기준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화재 당시 건물관리실에서 대피 안내방송을 하지 않고 화재경보기도 울리지 않은 이유, 화재 발생 시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해운대경찰서 노상환 형사과장은 "화재 당시 5층 이상부터는 섭씨 70도 이상이 된 곳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고, 방화벽도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러나 삽시간에 불길을 확산시킨 주원인인 외벽 마감재의 적법성 여부와 소방 점검의 적정 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가구는 전소 3가구, 반소 3가구, 부분소 114가구 등 120가구로 집계됐다. 전소는 집 전체에서 불에 탄 범위가 70% 이상, 반소는 30~70%, 부분소는 30% 미만을 뜻한다. 전소 또는 반소된 가구는 대부분 37~38층에 있었다.

소방서 관계자는 "불길이 인화성 높은 외장재로 이뤄진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고 최상층의 피해가 큰 것은 바람을 타고 위로 모인 화재 열기에다 건물 꼭대기 부분에서 부는 강한 바람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건물 옥상에 있던 '우신골든스위트' 간판과 전망대 등이 타면서 상층부의 불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졸지에 이재민 된 화재 피해자

이번 화재로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된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인근 호텔과 모텔 또는 친인척과 지인들의 집에 머무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불이 완전 진화된 지난 1일 밤부터 경찰과 소방서, 건물관리실의 확인을 거쳐 집안에서 귀중품과 세면도구, 옷가지 등 필수 소지품만 챙겨서 나온 상태다. 35층에 사는 한 여성 입주자는 "당장 입을 옷이 없어 이웃에서 얻어 입고 나왔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해운대구청과 해운대소방서 등은 "통신케이블, 가스 배관, 상하수도 시설 등이 상당 부분 불에 타 훼손 또는 소실된 상태여서 이를 교체 또는 복구해 전기와 수도 등을 정상공급하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재안전관리사 이태식 박사@Caind20101004



 
기사입력: 2010/10/04 [10:59]  최종편집: ⓒ kds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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