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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형산불 피해 심각
-융단폭격 당한 모습…“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CAIND
새카맣게 그을린 채 나뒹구는 거대한 산짐승,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승용차, 잿더미로 변한 휴양지, 화상 환자들의 절규, 가족을 잃은 주민의 외마디 비명…
 

 


호주 언론들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호주 산불 피해 현장은 ’융단폭격을 맞은 듯하다’거나 ’독일 드레스덴 폭격 때 같았다’는 등의 표현에 걸맞게 완전히 화마에 녹아내린 모습을 하고 있다.

7일과 8일 불과 이틀 사이 130명에 가까운 인명을 앗아가고 34만ha에 달하는 삼림을 삼켰음에도 불구, 산불은 지칠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

산불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9일에도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에서는 30여건의 산불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인간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

 빅토리아주 주도 멜버른 북쪽 야라계곡 등 산불이 할퀴고 간 지역은 말 그대로 융단폭격을 당한 듯 남은 게 하나도 없었다.

타다 남은 키높은 나무만이 무심하게 살아남은 자들의 오열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한동안 넋을 잃은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화마 가운데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삶의 의지를 불태웠던 어린 3남매는 가까스로 구조돼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지만 부모의 생사는 알 길이 없다.

열풍을 타고 삽시간에 몰려드는 수십m 높이의 불기둥을 피해 집 밖으로 나서봤지만 이미 도로는 끊겼고 곧바로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주민들도 부지기수다.

주민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지옥과 같은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뭐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모두가 죽었다. 모든 집이 없어졌다.” 주민들은 언론에 이렇게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진화에 나선 소방대원들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소방차를 동원에 주택과 도로에 물을 뿌려보았지만 허사였다. 허탈함에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한 주민은 “대피 명령을 듣고 곧바로 차를 몰고 안전한 곳으로 향했지만 불기둥 같은 나무가 차량을 덮쳤다”면서 “불속을 헤치며 운전해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집밖으로 나왔지만 불과 200미터 떨어진 이웃집이 불속에 갇힌 모습을 보고 곧바로 탈출했다”고 증언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킹레이크웨스트 주민 마이클 빈센트는 “산불을 피하려는 차량들이 우왕좌왕하다 서로 충돌하고 오토바이는 도랑으로 처박히는 등 아비규환의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멜버른 북쪽 스트라스원 주민 200여명은 지난 7일 오후까지만 해도 모두가 무사했었다.

하지만 불과 하루 사이에 이중 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을은 사람이 살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잿더미가 됐다.

살아남은 주민은 “전쟁터였다”며 “월남전 때 사용됐던 네이팜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미국 연합군의 집중적인 폭격을 받아 도시 전체가 날아간 드레스덴의 모습이 재현된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숨진 주민들의 시신은 폭격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다가 숨진 듯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주민들이 주로 화염을 피해 집밖으로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집안보다는 길거리나 숲속에서 발견되는 시신이 더 많았다. 산불 당시 상황이 그만큼 긴박했음을 알 수 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용케 화마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주민들 가운데에는 전신에 30% 이상 중화상을 입은 경우가 상당수에 달했다.

현재 80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화재현장 부근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입을 통해 가까스로 음식물을 공급받는 한 환자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상환자가 가장 많이 입원해 있는 알프레드병원에는 20여명의 환자가 피부이식 수술 등을 기다리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남았지만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어 마음속으로 애태우고 있다.

호주 전체는 빅토리아주 산불로 슬픔에 잠겼다.

줄리아 길러드 부총리는 의회에서 “2009년 2월 9일은 호주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이 될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적십자사에는 도움의 손길이 밀려들고 있다. 위문금 모금에 불과 수시간 사이 수백만호주달러(수십억원상당)가 모금됐다.

그러나 비탄과 충격에 빠진 호주인들의 심정을 애써 외면하기라도 하는 듯 무심한 산불은 여전히 지칠줄 모르고 타오르고 있었다. (조선인터넷신문 20090209)

 연세대학교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이태식 지도겸임교수@Yonsei20090209

 


 
기사입력: 2009/02/09 [18:54]  최종편집: ⓒ kds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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